기계비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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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비평들

전치형, 김성은, 임태훈, 김성원, 장병극, 강부원, 언메이크 랩

2000년대 중반 한국에 싹을 틔운 ‘기계비평’의 지평을 가늠하는 『기계비평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고장 난 스마트폰을 고치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으나, 통신사 약정 만료 기간이 닥칠 때마다 이상이 생기는 이 기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무감각한 시민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하게는, 2010년대 끝자락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들의 경고음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학습 예제집이라 할 만하다.

세월호, 구의역 스크린도어, 태안화력발전소 컨테이너벨트... 기계가 보내는 경고에 귀 기울이고, 위기에 처한 기계를 구해야 한다

한국에서 기계비평은 2006년 이영준이 펴낸 『기계비평』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학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융합적 새 인문・사회과학의 가능성을 실제로 열어 보여준 기념비적 저작”(천정환)이라는 평에서 알 수 있듯, 기계비평은 그동안 학제적 경계나 분과에 닫혀 있던 비평에서 벗어나 인문학자가 실제로 기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작동을 경험하고 비평가의 눈으로 기계와 인간, 사회와의 접면을 성찰한 글쓰기였다. 『기계비평들』을 기획한 임태훈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상쾌한 충격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재기 발랄한 작업이 한국 비평계에서 시도된다는 것이 기뻤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 시대의 기계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함부로 웃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마 그 분기점은 2014년의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

심각한 통신 장애와 금융 서비스 중단을 불러일으킨 KT 통신망 화재,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고양시 배관 파열, 198명의 승객을 태운 KTX 열차 탈선, 고 김용균 씨가 참변을 당한 태안화력발전소, 3명이 사망한 한화 대전사업장 폭발까지... 이 모든 사고들이 이 책 『기계비평들』을 마무리하는 길지 않은 몇 달간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비슷한 사고가 앞으로도 벌어질 게 자명하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기계와 인간, 기계와 사회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세상에서 기계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건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임태훈의 말처럼 “지금은 인간도 기계도 처절히 실패하고 있는 시대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긍정해선 안 된다. 이 시대의 아이들이 겪게 될 기계기는 달라져야 한다.”

기계의 비밀은 폭로되어야 하고, 은폐된 기술은 해방되어야 한다

이 책은 세월호로부터 시작한다. 외부 집필위원 중 한 명으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전치형은 「고립된 배: 세월호라는 기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서 소위 세월호 ‘교통사고론’이 어떤 방식으로 세월호를 우리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 했는지, 바다 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세상과 연결하는 일이 왜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지, 신뢰가 무너진 기계의 실패가 한 사회의 실패로 이어질 때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묻는다.

김성은의 「수리공은 왜 선로 안쪽에 들어가야만 했나?: 구의역 사고의 내러티브와 기계비평」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 군의 사망이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는 큰 틀에 동의하면서도, 그를 둘러싼 더 두터운 내러티브를 살펴야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다층적 맥락이 드러난다는 점을 밝힌다. “장애물검지센서, 지하철 운영 시스템, 고정된 광고판을 포함한 사건의 내러티브는 피해자의 사망을 더 폭넓은 방식으로 조명한다. 이 글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이 태안발전소 고 김용균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성과 대책을 고민하는 일에도 닿을 수 있길 바란다.

임태훈의 「노량진 학습 유충의 테크노스케이프」는 경쟁률이 244.7 대 1에 달하는 공무원 시험 쏠림 현상에 대한 비평이면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머리를 파묻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수험생의 삶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학습 유충’이라는 단어는 1964년에 뉴욕세계박람회에 전시된 자동화된 학습 기계 모델에 대한 루이스 멈포드의 비판에서 따왔다. 『기계의 신화(The Myth of the Machine)』(1967)의 저자에게 이 기계는 가장 음흉하고 악랄한 통제 장치로 보였다. 불행히도 이 기계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임태훈은 단기펜, 쫙펜 등으로 대표되는 에듀테크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비판하면서, ‘학습 노동자’로서의 각성을 공시생들에게 촉구한다.”

김성원의 「저항을 위한 무기의 잊힌 기억」은 경찰의 인도를 받으며 청와대 인근까지 시위대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진출할 수 있는 지금에야 비로소 가능해진, “기술 문화 비평만이 아니라 근현대의 시민운동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조차 금기시됐던 기계에 관한 이야기다. 거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이 손에 잡아 든 무기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직도 위험하고 민감한 주제다. 이 글에는 돌, 몰로토프 칵테일(화염병), 페달 펌프로 만든 화염방사기, 박카스 병 사제 폭탄, 민주박격포” 같은 기계가 잔악하기 그지없던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 만들어졌던 맥락을 복원한다.

“장병극의 「철도, 기대와 기만의 규율적 테크놀로지」는 이영준의 『기계비평』을 향한 정격의 헌정을 담은 글이다. 철도 문화사 연구자인 장병극은 가족사의 이력부터 예사롭지 않다. 조부는 영주 공작창에서 일했고, 부친은 30년간 철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어릴 때부터 기차와 함께 살았다. 장병극은 이영준이 『기계비평』에서 말했던 ‘철도 테크놀로지의 불연속성’이라는 개념을 계승한다. 이것은 기억의 단절을 의미한다. 120여 년의 한국 철도 문화에 부재한 기억들을 복원하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위해선, 철도가 이 땅에 처음 등장한 이래로 어떤 기대를 받았고, 그 기대가 어떻게 기대로만 남으며 대중을 기만했는지”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부원의 「항모 민스크호는 왜 테마파크가 되었나: ‘매뉴얼’의 내러티브와 기술 지배」는 기계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점유가 집중된 ‘매뉴얼’의 문제에 주목한다. 구소련의 주력 항공순양함이었던 노보로시스크호와 민스크호가 처분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항공모함의 거대한 물성에 맞먹는 매뉴얼의 위상을 분석한다. 모든 기계와 기술은 기능과 원리를 설명하는 매뉴얼의 언어와 사회적 맥락에 얽힌 담론의 언어를 중층에 깔고 있다. 때로는 이러한 언어가 기계의 실체를 압도할 만큼 존재감이 과잉될 때가 있다.

강부원이 항모 민스크호의 해체 과정에서 발견된 매뉴얼을 통해 이 문제를 분석했다면, 언메이크 랩(최빛나, 송수연)의 「제작자, 제작 공간, 운동」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창조 경제와 4차 산업혁명론에 힘입어 잠시 주목받았다 수그러든 메이커 운동의 허장성세를 비판한다. 언메이크 랩은 국내에서 제작자 운동을 선도했으며, 현재도 쉬지 않고 재기 발랄한 작업을 내놓으며 자가발전 중인 그룹이다. 이들이기 때문에 이 글의 따끔한 지적은 더욱 소중하다. 지난 정부의 정책적 얼개에 제작자 운동이 겨냥되면서, 활동가들의 자생적 활기는 정부의 탑다운 정책에 포획될 때마다 급속하게 소진됐다. 이 글은 정부 정책의 대리 시행사 역할에 멈춘 제작자 운동에 시효 만료를 선언한다. 제작자 운동은 정치적 슬로건에 복무하는 비루한 그림 만들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년기에 접어든 기계비평의 미래

에필로그 「한국 기계비평이 걸어온 길, 그리고 미래」에서 강부원은 “무르익었다고도 혹은 척박하다고도 할 수 있는”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기계비평이 출현할 수 있었던 사회적, 학문적 배경을 검토하면서 “기계에 대한 사유를 비평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의 실천이자 산물”로서 기계비평이 그동안 성취한 바를 중간 점검하고, 보완할 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임태훈이 말한 대로 이제 겨우 소년기, 즉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든 기계비평은 “우리 삶과 세계를 빼곡히 채운 기계와 기계들의 질서를 궁구하여 더 나은 삶의 실천에 닿고자 하는 노력”으로서 “자본의 힘에 휩쓸려 살지 않으려는 시민 됨의 공부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목표는 그 공부를 위한 예제집”이자 앞으로 등장할 더 풍성한 기계비평을 맞이할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발췌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세대와 계급, 성별에 상관없이 무지막지한 속도 강박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일평생 수많은 기계를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능과 용도는 달라도 속도 중독의 예외일 수 있는 것들은 소수다. 예를 들어, 자동차 액셀 페달을 밟는 일과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화면을 누르는 일은 다르지 않다. 그것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어느 쪽인지 쉽게 분간되지 않는 힘에 추동되어서든, 목표 대상에 재빨리 닿아 임무를 완수하려는 조작법이다. 이 움직임은 놀랍도록 돈의 흐름을 닮았다. 돈의 회로가 촘촘히 중첩되고 활성화된 곳일수록 속도에 대한 극단적 요구, 그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기계와 인간에 대한 수요가 집중된다. (15쪽)

우리는 이 시대의 기계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함부로 웃을 수 없다. 『기계비평』을 처음 읽을 때 느꼈던 치기 어린 흥분도 잠잠해진 지 오래다. 『기계비평』이 출간된 2006년 이후 현재까지의 기계 문화의 이력을 이영준의 스타일을 빌려 써도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자꾸만 비장해지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2014년의 세월호 침몰 사고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16쪽)

“진실을 인양하라”라는 구호에서 볼 수 있듯이, 세월호 선체는 참사의 진실을 담고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증거품일 수 있지만, 배 안에서 모든 진실을 다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침내 뭍으로 올라온 선체에서부터 조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통사고론’이 그랬던 것처럼 이 사건을 고립된 배 한 척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갑자기 작동을 멈춘 것으로 보아서는 세월호 참사를 다 파악할 수 없다. 2014년 4월 15일에 세월호가 출항하기 전 오랫동안 뭍에서 벌어졌던 일들, 또 세월호가 가라앉는 동안과 그 후 3년 동안 바다와 육지에서 벌어졌던 온갖 일들에 세월호라는 기계를 연결시켜야만 비로소 종합적인 재난 조사가 가능해진다. (48쪽)

다시 쓰인 구의역 사고의 내러티브는 그동안 충분히 합의되었다고 간주되었던 문제들을 풀어헤쳐서 다시금 물음을 던진다. 첫 번째는 ‘외주화’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다. 외주화는 어떻게 고 김 군의 목숨을 앗아갔는가? 확장된 내러티브는 구의역 사고가 안전 관리의 외주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비교적 단순하게 이해되던 외주화의 위험이 경제적일 뿐 아니라 기술적, 사회적, 기계적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외주화는 ‘메피아’의 횡포로 인한 낮은 임금과 촉박한 작업 시간뿐만 아니라 부실한 센서, 조각난 운영 시스템, 고정된 광고판 등의 물질적인 매체를 통해서 고 김 군에게 왔다. 이러한 설명은 서로 배타적이라기보다는 병렬적이어서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내러티브 전반의 신뢰도를 높인다. 다양한 경로의 설명을 교차시키는 작업을 통해 ‘외주화에 의한 타살’이라는 내러티브는 보다 치밀하고 두터워진다. (70~71쪽)

공시생의 경제 활동은 시험공부가 우선시됨으로써 강제될 수밖에 없는 경제적 무능과 구분되어야 한다. 이 시장에서 자기 파괴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공시생은 비경제 인구로 취급받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은 공시생 자신조차 희박하다. 이들의 공부는 마땅히 학습 노동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출판 교재만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강의에 연동되는 각종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고, 합격률 높은 학원을 찾아 유입된 인구는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려 고시원, 오피스텔, 학원 건물과 주변 상권의 지대(地貸)를 들썩이게 한다. 하지만 부를 산출하는 결정적 주체인 공시생의 역할은 쉽게 은폐된다. 노량진 공시촌(公試村)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곳에서 공시생은 일상의 대부분을 학습 노동에 몰두하며 제한된 행동 범위에 자발적으로 갇혀 지낸다. 이들이 체류하는 강의 학습 공간과 인터넷 강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온·오프라인으로 분산된 사회적 공장이다. (85~86쪽)

저항을 위해 사용하던 무기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언뜻 무시무시한 무기들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 없는 무기는 없다. 무기는 무기에 대항한다. 지난 역대 정권들이 사용해온 시위 진압 무기들을 살펴보면 학생, 철거민, 노동자들이 사용해온 무기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이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의 진정한 무기는 그 보잘 것 없고 조악했던 무기가 아니라 시민, 노동자, 빈민, 학생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였던 정부에 대한 ‘저항’ 그 자체였다. 지금도 그들의 저항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자신들의 진정한 무기를 내려놓을 수 없다. (134쪽)

이영준이 말했던 ‘철도 테크놀로지의 불연속성’이라는 개념은 기억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120여 년의 한국 철도 문화에 부재한 기억들을 복원하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설령 기술적으로 연속성이 결여되어 있더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시간과 공간의 기억들이 존재한다. 불연속성을 지닌 기술·기계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과 마주하였을 때 비로소 연속성을 가진 기계문명 혹은 기계 문화사를 서술할 수 있다. (...) 철도가 이 땅에 처음 등장한 이후 대중에게 만들어주었던 수많은 ‘기대’들이 아직도 ‘기대’로만 남아 있는 것은 그것이 권력과 자본의 ‘기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 체제는 근대 이후 줄곧 우리들에게 강요된 삶의 방식이었고, 이제 철도 시스템마저 이해관계에 따라 분할되어 경쟁의 소용돌이로 내몰리고 있다. (169~170쪽)

민스크호가 한국에 고철로 매입되면서 가장 먼저 거친 절차가 바로 자체 매뉴얼의 소각과 장착된 무기의 해체였다. 항공순양함의 매뉴얼은 규모 면에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고속열차의 기능과 동력학, 운행 지침 따위가 모두 기록되어 있는 KTX의 매뉴얼이 1만 3000쪽에 달하며 현재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F-16의 매뉴얼은 3500권이 넘는다면, 일반적인 항공모함의 경우는 매뉴얼 종이 무게만 23톤에 이른다. 더구나 위와 같은 전투 무기의 매뉴얼은 군사 대외비에 속하기 때문에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철저하게 보안 감시되고 있다. 매뉴얼을 잃어버린 항공순양함은 본래의 기능이 소멸된 채 고철이나 놀이공원으로 위상이 격하된다. 이것은 매뉴얼이 기계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기계가 매뉴얼에 의해 제어되고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근거이다. 매뉴얼을 동반하지 않은 기계의 운명은 처참하다. 매뉴얼은 기계를 작동하기 위해 참고해야 하는 설명이라기보다 기계가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존 배경이다. (185쪽)

단지 ‘개인이 생산수단을 가진다’라는 철 지난 경제 프레임으로 많은 것들이 모아질 거란 희망은 참 복잡한 심정이 들게 만든다. 수직적 대량산업 사회를 벗어나 수평·협업·개방성에 바탕을 둔 자족적 생산의 시대라는 희망 이면에 존재하는, ‘각자 알아서 살라’고 요구하는 그 이중적 시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제작자 운동의 뒤엔 그저 ‘바뀌지 않은 새로운’ 디지털 노동의 모습이 어른거릴 뿐이다.(210쪽)

근대사회는 “기계 환경의 자연화”라는 명제만큼이나 ‘불순한 기술’과 ‘오염된 기계’로 만연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계비평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협력적 공존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론이 되어야 한다. 기계비평은 기계를 통해, 세상을 향하는 새로운 인문사회학적 도전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첨단 기술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인간의 문화와 정신을 이해하고 우리의 삶을 새롭게 변혁시키는 실천적 기술 철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236쪽)


차례

서문: 기계를 구해야 합니다

고립된 배: 세월호라는 기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전치형
수리공은 왜 선로 안쪽에 들어가야만 했나?: 구의역 사고의 내러티브와 기계비평 / 김성은
노량진 학습 유충의 테크노스케이프 / 임태훈
저항을 위한 무기의 잊힌 기억 / 김성원
철도, 기대와 기만의 규율적 테크놀로지 / 장병극
항모 민스크호는 왜 테마파크가 되었나?: ‘매뉴얼’의 내러티브와 기술 지배 / 강부원
제작자, 제작 공간, 운동 / 언메이크 랩

에필로그: 한국 기계비평이 걸어온 길, 그리고 미래 / 강부원


지은이

전치형은 과학기술사회론(STS: Science, Technology & Society)을 공부한다.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관계, 정치와 엔지니어링의 얽힘, 로봇과 시뮬레이션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 대학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과학 잡지 『에피』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성은은 카이스트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현재 같은 학교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움직일 때 생겨나는 기술적, 정치적, 문화적 문제들을 연구한다. 특히 교통망, 무선통신망, 대기질 측정망과 같은 거대한 사회기술적 인프라가 어떻게 작동하고 유지되는지에 관심이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과학기술을 활용해 재난을 관리하려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석사 논문을 썼다.

임태훈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융복합대학 기초학부 교수다. 인문학협동조합 미디어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저서로 『우애의 미디올로지』, 『검색되지 않을 자유』,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공저),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공저) 등이 있다.

김성원은 적정기술 운동가다. 하자센터, 삶을 위한 교사 대학, 대안교육연대와 함께 적정기술, 생활 기술, 인문학적 기술 교육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사)한국흙건축연구회 기술이사, 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장, 크리킨디센터 미장공방 교사, 서울혁신파크 옥상공유지 총괄 코디네이터, 경기적정기술협의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 『화목난로의 시대』, 『근질거리는 나의 손』, 『시골, 돈보다 기술』,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놀이터』가, 공저로 『삶의 기술: 자전거로 충분하다』, 『사물에 수작부리기』가 있다.

장병극은 철도 문화사 연구자다. 영주공작창이 일터였던 할아버지, 30년간 철도 공무원으로 근무한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늘 기차와 함께 살았다. 철도 관사에서 자란 그에게 7000호대의 디젤 전기 기관차와 각종 무개화차들이 수리를 기다리고 있던 철도공작창은 자연스럽게 대차 방식과 삭륜 과정을 터득한 놀이터였다. 2002년부터 서울 오류동의 철도직원자녀 기숙사에 살면서 다양한 연도에 생산된 전철의 둔탁한 구동음을 어렴풋이 구분하기 시작했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서울자유시민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 철도라는 기계 장치와 조우했던 120년 전의 기억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오늘도 객차 구석에 앉아 철도 테크노컬처의 형성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강부원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이다.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인문학협동조합 총괄이사로 활동하며 식민지 시기 문학/문화론을 토대로 법과 문학, 기계와 문화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공저)이 있다.

언메이크 랩은 인간, 기술, 자연, 사회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 관계 혹은 구조를 리서치하고 재배치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특히 그 사이에서 발생되는 데이터와 연산의 패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작업을 넘어 공동의 탐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우리의 밝은 미래, 사이버네틱 환상』(2017), 『두잇』(2017), 『Moscow Biennale for Young Art』(2018)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일시적 기술예술 학교 ‘포킹룸(Forking Room)’을 진행하며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있다. 현재는 1960–1980년대 한국의 기술 문화에 대한 리서치인 ‘키트의 사회문화사’와 스마트시티와 IoT에 대한 리서치 ‘당신의 똑똑한 이웃들’을 진행하며 작업하고 있다.


표지 사진

United Press International’s 16S Color Transmitter and Unifax Two Color Receiver

편집

박활성

디자인

김형진, 임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