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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 탐구: 새로운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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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 탐구: 새로운 패션

박세진 지음

옷과 패션, 일상복의 두 가지 레이어

우리에게 옷이란 무엇인가. 이제껏 시대마다 많은 이가 이 뻔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고군분투해왔다. 옷이 단지 ‘몸을 싸서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해 피륙 따위로 만들어 입는 물건’이 아니게 된 오늘날, 그 길은 갈수록 험난해 보인다. 차라리 이 질문에 답을 내리려고 애쓰는 것은 물론이고, 이 질문 자체가 이미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편이 속 편하다. 아니, 대관절 옷이 무엇이기에.

2016년 워크룸 프레스를 통해 『패션 vs. 패션』을 써낸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의 후속작 『일상복 탐구: 새로운 패션』은 일상복을 구성하는 두 가지 레이어를 통해 옷과 패션을 바라본다. 여기서 일상복의 레이어 하나는 유니클로(Uniqlo)로 대변할 수 있는 ‘우리가 매일 입는 옷으로서의 일상복’이고, 다른 하나는 구찌(Gucci), 루이 비통(Louis Vitton), 수프림(Supreme), 오프화이트(OFF-WHITE) 등을 위시한 ‘하이패션의 새로운 동반자로서의 일상복’이다.

입기와 보기, 일상복을 대하는 두 가지 방법

박세진은 먼저 일상복을 어떻게 선택하고, 입고, 수선하고, 심지어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를 소개하며 옷에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일상복으로 살 수 있는 옷의 범위를 한정하고, 입을 옷을 순환식으로 구성해 고민할 부분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 옷에서 적당한 에너지와 시간을 분배하는 것. 이 과정에서 옷은 입는 대상이 아니라 운영하는 부품이 된다. 이런 시도가 가능하고 유의미한 것은 그가 동시대 패션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패션 칼럼니스트이기 이전에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이자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옷에는 크게 입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가 매일 일상복을 대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전자라면, 후자는 캣워크 위의 하이패션이 주는 즐거움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제 일상복이 하이패션의 영역에 틈입해 하이패션 자체가 되었다는 점이다. 구찌의 최신 히트작은 프린트 티셔츠고,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커다랗고 못생긴 스니커즈와 온갖 배지가 붙은 크록스 샌들이다. 베트멍(Vetement)은 DHL 로고가 찍힌 노란색 티셔츠를 내놨고,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컬렉션에서는 반사판이 붙은 작업복 위에 울 코트를 입은 모델이 캣워크를 걸었다. 박세진은 일상복을 둘러싼 여러 현상을 되짚으며 그 이유를 찾아간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옷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박세진의 시선을 따라가며 일상복의 두 레이어가 실은 한 레이어의 양면임을, 그리고 그 레이어가 시스루임을 감지한다면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질문이다. 또한 이 질문에 도달했다면 그 답 또한 자연스럽게 도출되기 마련이다.


발췌

이상하게 생긴 옷은 남에게 피해를 입힐 일이 별로 없지만 냄새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옆 사람에게 뭔가 묻히기라도 하면 그건 더욱 심각하다. 더운 여름에는 특히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열대야로 불쾌지수가 엄청나게 높아지고 피곤도 잘 풀리지 않는데, 지하철 같은 데서 이런 피해는 너무나 직접적이고 강력하다. 열이 나는 건 온혈동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다. 이런 문제 앞에서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걸 잘 구분해야 한다. (68쪽)

불필요한 장식은 불필요하다. (83쪽)

일상복에 패셔너블함은 사실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예전보다 빈곤층이 줄고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이 원하는 옷을 사 입기 시작했다. 패션 산업도 크게 성장해서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34쪽)

언젠가부터 고급 브랜드에서 내놓은 티셔츠나 후드, 스웨트셔츠 등 캐주얼 의류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고급 의류라 해서 더운 여름에도 점잖은 옷만 입으라는 법은 없다. 그래도 티셔츠 등 캐주얼류와 기존에 선보이던 드레스나 슈트 등 사이에서 보이는 최근의 균형에 대해서는 분명 여러 시사점이 있다. (140쪽)

이런 변화의 와중에 헤비듀티와 실용성, 포스트 소비에트와 놈코어 등이 결합해 고프코어라는 옷에 대한 태도가 등장했다. 케케묵은 아웃도어용 플리스에 1980년대 콘서트 티셔츠를 입고, 샌들에 양말을 신거나 커다란 운동화를 신는다. 여기에 단색 컬러의 커다란 패딩에 등산용 백팩이나 웨이스트 백 같은 걸 두른다. (152쪽)

타인의 착장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그걸 넘겨짚거나 알 수 없다. 알 필요도 없다. 거기에 무슨 말을 덧붙이든 쓸모없는 참견이다. 신경 써야 할 건 자기 옷과 몸이다. (175쪽)


차례

서문
프롤로그: 일상복이란 무엇인가

일상복의 특징
일상복의 운영
태세를 전환하는 일상복

에필로그
찾아보기


지은이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은 패션붑(https://www.fashionboop.com)을 운영하며 패션에 관한 글을 쓰고 번역을 한다. 2019년 현재 한국일보에 칼럼 '박세진의 입기, 읽기'를 연재 중이며 그 밖에도 여러 매체에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패션 vs. 패션』(2016), 『레플리카』(2018)가, 옮긴 책으로 『빈티지 맨즈웨어』(2014),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2018)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