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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스니커즈
온라인 판매처

올해의 스니커즈
Sneaker of the Year

콤플렉스 지음, 오욱석·김홍식·김용식 옮김

2015년 10월 21일 오후 3시 5분. 영화 「백 투 더 퓨처 2」에서 박사와 주인공 맥플라이가 과거로부터 도착한 그때, 마이클 J. 폭스 재단은 하나의 트윗을 게시했다. “이 사진은 진짜다. 오늘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는 당시 파킨슨병에 맞서 싸우던 마이클 J. 폭스가 영화에 등장했던 나이키 맥(Nike Mag)을 신은 모습이 담겼다. 뒤이어 올라온 영상에서 폭스가 신고 있던 맥의 뒤꿈치에 힘을 가하자 기계음과 함께 자동으로 신발 끈이 조절되는 장면이 공개됐다. 3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한갓 공상에 불과했던 일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백 투 더 퓨처」가 개봉된 1985년은,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해다. 바로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운동화 한 켤레를 신으면서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해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스니커즈

이 책 『올해의 스니커즈』(Sneaker of the Year)는 오늘날 하나의 문화 현상이자 거대 산업이 된 스니커즈를 다룬다. 1985년부터 2020년까지 그해 출시된 스니커즈 가운데 기술, 디자인, 마케팅, 문화의 맥락에서 하나의 역사로 기록된 모델들을 중심에 두고 써내려 간, 운동화라는 작은 영역을 넘어 산업과 패션 전 방위에 영향을 미친 현대적인 스니커즈의 부상과 그를 둘러싼 문화를 그린 총체적인 연대기다.

불과 10년 전쯤만 해도 스니커즈는 소수의 스니커헤드(대개 10대에서 30대 남성들로, 인기 있고 소장 가치 높은 한정판 스니커즈, 혹은 생산이 중단된 스니커즈를 수집하는 골수팬)를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하위문화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스니커즈는 하이패션계의 주요 아이템으로 편입되었으며, 리셀 시장만 따져도 2019년 기준 20억 달러(약 2조 3,896억 원, 국내 리셀 시장은 2022년 2월 현재 5~6,000억 원 추정)에 이를 정도의 거대 산업이다. 이 책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했기에 이것이 가능했는지 설명한다.

상대적으로 신생 업체였던 나이키(1972년 설립)가 1980년대 스니커즈 전쟁에서 아디다스나 리복 같은 경쟁자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설 때 스니커즈의 건축가로 불리는 팅커 햇필드가 어떤 위험을 무릅썼는지—1987년 출시된 에어 맥스 1 밑창을 뚫어 쿠션 기능을 하는 에어 유닛을 밖으로 노출하는 과정에서 그는 거의 해고당할 뻔했다—스니커즈 문화가 서서히 대중문화에 스며들던 1990년대 나이키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리복이 퀘스천을 내놓으며 어떻게 반전을 노렸는지, 그와 함께 미국 사회에서 힙합을 비롯한 흑인을 둘러싼 문화와 이미지는 어떻게 변해 갔는지, 광고업계의 치열한 싸움은 슈퍼스타들과 함께 어떤 기억에 남을 캠페인을 성사시켰는지, 신발을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던 아이들이 2000년대 직장인이 된 후 하위문화에 불과했던 스니커즈 문화가 어떻게 주류 영역으로 서서히 이동했는지, 2010년대 카니예 웨스트와 손잡은 아이다스가 나이키의 왕좌를 위협하며 다시금 벌어진 스니커즈 대전은 어떻게 전개됐는지, 나이키 리액트 엘리먼트 87(Nike React Element 87)과 나이키 × 사카이 LDV 와플(Nike × Sacai LDV Waffle)은 어떻게 파리 패션 위크에 입성하며 런웨이의 주인공이 됐는지, 그러는 사이 기술은 어떻게 변천, 발전하며 스니커즈의 진화를 견인했는지—비교적 최근에는 나이키 줌 베이퍼플라이(Nike Zoom Vaporfly)가 마라톤 기록을 과할 정도로 단축해 스포츠에서 신발의 발전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윤리적 질문을 던졌다—그리고 오늘날 온라인으로 발매되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봇들이 어떻게 우리 코앞에서 가차 없이 쓸어 가는지까지, 이 책은 스니커즈 문화를 가볍게 즐기는 이들부터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들까지, 앞으로 한동안 숙고하고, 논의하고, 참고해야 할 중요한 자료다.


발췌

에어 허라취는 새로운 디자인과 밝은 색감이 넘쳐났던 패션화의 새 시대에 딱 알맞은 스니커즈였다. 하지만 스우시를 제거해버린 나이키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도 스우시는 신발에 붙어 있기만 하면 매출을 보장하는 보증 수표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네오프렌 소재를 주로 사용한 이유는? 세상이 스우시조차 없는 수상 스키용 부티 모양의 스니커즈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한 걸까? 어떻게 이런 신발이 팔릴 거라고 확신한 걸까?

팹 파이브는 힙합을 듣고 자란 첫 세대의 선수들이었기에 퍼블릭 에너미, N.W.A, 투팍 등의 노래 가사에 내재된 관점과 이야기에 강하게 끌렸다. (...) 팹 파이브와 바클리는 이런 시대의 전환을 반영하며 대중의 시선에 노출돼 있어도 거리낌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새로운 흑인 남성상을 제시했다. 그들은 미국 사회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흑인성의 한 면을 선보였다.

에어 조던 14 라스트 샷이 레트로 재발매되기 전, 빨강 설포가 달린 에어 조던의 견본이 언론에 노출됐다. 미세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점은 초기 온라인 스니커즈 커뮤니티에 적지 않은 소동을 일으켰다. 순수주의를 부르짖는 스니커헤드는 그들이 사랑하는 모델이 아주 작은 세부 요소 하나하나까지 최대한 원작의 모습을 재현해주길 바랐다. 이들은 이내 빨강 설포를 반대하는 불만이 담긴 글로 나이키 웹사이트 게시판을 도배했다. 이들은 검정/빨강 에어 조던 14처럼 상징적인 신발을 함부로 변형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2005년 2월 23일 『뉴욕 포스트』 1면은 암울한 헤드라인으로 가득했다. (...) 이 사건 이전에도 스니커즈 역사상 중요한 순간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 압도적인 대다수는 조던이 하양/시멘트 에어 조던 3를 신고 1988년 슬램 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것처럼 운동 경기와 연관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덩크 ‘피존’은 달랐다. 순전히 운동화 자체가 주목받은 사건이고, 스니커헤드 문화의 주요한 전환점이었다. (...) 스니커즈 문화는 그들이 푹 빠져 있는 무언가였으며, 나이키토크 게시판과 같은 인터넷 한구석에 모여 수다 떠는 소재였다. 그러던 것이 말 그대로 세계 미디어 중심의, 그것도 1면을 장식하는 뉴스가 된 거다. 스니커헤드 문화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맨발로 뛰는 게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은 어떤 면에서는 운동화 회사의 존립에 위협이 된다. 하지만 토비 햇필드는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하나의 도전으로 여겼다. 그는 단순히 기술 진보로 받아들여졌던 개념에 저항하며, 신발에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더하려는 경향성이 실제로 스니커즈를 발전시키는지 의문을 품었다. 어떤 면에서는 수천 년 전의 가장 순수한 형태의 달리기 방식을 가져와 21세기의 보다 시의적절한 디자인과 기능 위에 섬세하게 배치했다.

심지어 수프라 내부에서도 스카이탑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브루베이커는 “직원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몇몇 사람은 우리 면전에서 대놓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뭐야, 우주인이 신는 부츠인가? 대체 뭐야?’” 회사의 판매 담당자들도 제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몰라 난색을 표했다. “이 모델이 생산에 들어가고 공식적으로 우리의 제품이 됐지만, 출시된 첫 시즌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 우리 판매 담당자 중 몇 명은 제품을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사람들에게 제품을 선보일 자신이 없었던 거다.”

1989년 11월 22일 「백 투 더 퓨처 2」가 개봉했을 때,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와 주연 마이클 J. 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의 러닝 타임 105분 중 몇 분 동안만 등장했을뿐더러 고작 네 단어로 구성된, 단 한 문장에서만 거론된 소품인 스니커즈 한 켤레가 훗날 실제로 제작돼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으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 「백 투 더 퓨처 2」에서 박사와 맥플라이가 도착한 날짜인 2015년 10월 21일 오후 3시 5분에 마이클 J. 폭스 재단은 첫 번째 트윗을 게시했다. “이 사진은 진짜다. 오늘 찍은 사진이다. 2016년 봄 발매 예정. cc: @RealMikeFox @Nike”라는 간결한 문구와 함께 에미 상 트로피가 올려진 선반을 뒤로한 채 나이키 맥을 신고 의자에 앉아 있는 폭스의 사진이었다.

패션 산업의 보수적인 종사자들이 웨스트를 선지자적 인물로 인정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팬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본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는 『GQ』에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내 말을 한번 들어봐. 장담하건대 나, 그러니까 카니예 웨스트라는 사람은 남성 신발 전체 매출의 50퍼센트 이상에 영향을 미쳐. 나, 그러니까 단 한 사람이 말이야. 판매되는 모든 발렌시아가 신발의 50퍼센트.”

“구매하신 플라이니트를 쪄드릴까요?” 2013년 나이키 플라이니트 루나 1+가 처음 출시됐을 때 매장에서 종종 들을 수 있었던 질문이다. 마치 체형에 맞게 줄어드는 데님이라도 되는 듯이 몇몇 나이키 매장에서는 플라이니트를 구매자의 발에 딱 맞도록 스팀으로 쪄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방법은 이랬다. 구매한 플라이니트를 ‘스니커 사우나’에 30초간 넣어 플라이니트 섬유를 가열하고 축축하게 적시는 것이다. 이후 아직 따뜻하고 축축한 스니커를 구매자가 바로 착용하면 플라이니트 섬유가 구매자의 발에 딱 맞게 줄어들었다. 이 과정을 거친 플라이니트 스니커즈는 나이키 스니커즈 중 가장 가볍고 발에 꼭 맞는 러닝화가 됐다.

2017년, 나이키는 이전과 다른, 낯선 상황에 맞닥뜨렸음을 깨달았다. 나이키가 개척한 러닝화 시장에서 울트라 부스트의 성공에 힘입은 아디다스가 어느덧 모든 화제의 중심이 돼버린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자, 나이키는 출시 후 1년 안에 인기가 떨어지고 마는 디자인 중심의 신발보다 뛰어난 뭔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이 찾은 해답은 기능성과 미래적 디자인을 결합한 모델, 줌 플라이였다.

리액트 엘리먼트 87이 발매되자, 이 신발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을 마주했다. 갑피에 반투명 소재가 사용되어 착용자의 발이 신발의 전체적인 외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맨발인지, 또는 양말을 신고 있는지에 따라 신발의 외관은 달라졌다. 리액트 엘리먼트 87은 열흘 내내 같은 신발을 신어도 매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신발이다. 스타디움 굿즈의 브랜드 디렉터 벤 제이컵스는 “이 신발을 손에 넣기까지 투명한 갑피의 특성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많은 얼리어답터가 공유한 감정을 묘사했다. “양말 색깔이 신발의 외관을 어떻게 바꿀지를 생각하는 것은 코디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다.”

LDV 와플을 특별하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는 스니커즈 신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스니커헤드와 OG 수집가는 당연히 이 신발을 즐겨 신었지만, 스니커즈를 거의 신지 않던 패션 피플도 이 모델에 빠져 있었다. 어찌 보면 이 신발은 오늘날 스트리트웨어와 스니커즈 문화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오늘날 스트리트웨어는 하이 패션이다. 스니커즈 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 산업이 됐다. 그리고 럭셔리 업계는 마침내 스트리트웨어와 스니커즈 문화의 힘과 영향력을 파악했다. 이렇게 볼 때, 이 모델이 스트리트웨어의 개념이 변화한 파리의 패션 위크 기간에 처음 공개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마침내,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 킵초게가 마침내 해낸 것이다. 그는 2019년 10월 마라톤 경기에서 한 시간 59분 40초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그의 브레이킹2 기록과 마찬가지로 표준 마라톤 조건에서 뛰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세계 기록은 아니다.) 그는 알파플라이 넥스트%의 프로토타입 버전을 착용했는데, 기록이 과할 정도로 단축돼 나이키를 비난하는 이들은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이 신발을 금지하리라 추측했다.


차례

머리말 / 마크 에코

1985 에어 조던 1
1986 컨버스 웨폰
1987 나이키 에어 맥스 1
1988 에어 조던 3
1989 에어 조던 4

1990 나이키 에어 맥스 90
1991 나이키 에어 허라취
1992 반스 하프 캡
1993 나이키 에어 포스 맥스
1994 리복 인스타펌프 퓨리
1995 에어 조던 11
1996 리복 퀘스천
1997 나이키 에어 폼포짓 원
1998 나이키 에어 맥스 플러스
1999 에어 조던 14

2000 나이키 에어 프레스토
2001 리복 앤서 4
2002 나이키 SB 덩크
2003 나이키 에어 줌 제너레이션
2004 나이키 프리 5.0
2005 나이키 줌 르브론 3
2006 나이키 줌 코비 1
2007 수프라 스카이탑
2008 나이키 줌 코비 4
2009 나이키 에어 이지 1

2010 나이키 르브론 8
2011 나이키 맥
2012 나이키 플라이니트 레이서
2013 발렌시아가 아레나
2014 나이키 에어 이지 2 ‘레드 옥토버’
2015 아디다스 울트라 부스트
2016 아디다스 이지 부스트 350 V2
2017 나이키 줌 플라이
2018 나이키 리액트 엘리먼트 87
2019 나이키 × 사카이 LDV 와플
2020 오프화이트 × 에어 조던 5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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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 소개

콤플렉스
마크 에코가 설립한 콤플렉스는 스타일, 음악, 스포츠, 대중문화, 스니커즈 및 여러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오늘날 가장 앞서가는 소식통이다. 콤플렉스 네트워크의 일부인 콤플렉스는 「스니커 쇼핑」, 「풀 사이즈 런」, 「에브리데이 스트러글」과 같은 인기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오욱석
1987년 출생. 『VISLA 매거진』 에디터. 패션에 관련한 글을 쓰고 비주얼을 기획한다.

김홍식
1995년 출생. 고려대학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2017년부터 『VISLA 매거진』에서 국내외 흥미로운 인물과 사건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주로 돈이 되지 않는 일에 관심이 있으며,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glance.kr)을 운영한다.

김용식
1995년 출생.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을 휴학하고 좋아하는 문화와 관련된 여러 일을 하며 지냈다. 『VISLA 매거진』에 다양한 분야의 기사와 해외 아티스트 인터뷰를 기고했고 음악 관련 텍스트를 주로 번역하고 있다.